1. 학습 정리

1.1. 연인 관계와 사랑

스턴버그(Sternberg, 1986)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 따르면, 사랑은 친밀감(정서적 따뜻함), 열정(생리적 흥분과 욕망), 헌신/결심(인지적 책임과 약속)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친밀감은 교제 기간에 비례해 서서히 증가하고, 열정은 급격히 발전하나 지속 시간이 짧으며, 헌신은 관계 유지를 위한 의지이다. 이 세 요소의 결합에 따라 낭만적 사랑, 우애적 사랑, 성숙한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나타난다.

테노브(Tennov, 1979)는 강박적 사랑을 통해 왜곡된 낭만적 사랑을 설명했다. 이는 상대에게 강박적으로 집착하고, 상대 역시 똑같은 강렬한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는 비현실적 기대를 갖는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는 상대의 행동을 왜곡하여 해석해 극단적인 감정 변화를 겪거나, 상대를 이상화하여 결점을 보지 않으려 하며 관심을 얻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뇌과학적 관점(Fisher, 2002)에서 성욕, 낭만적 사랑, 애착은 각기 다른 뇌 시스템의 상호작용이다. 성욕은 번식을 위한 본능적 각성이고, 낭만적 사랑은 보상 회로(도파민)가 작용하여 특정 대상에게 자원을 투자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이다. 반면 애착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분비를 통해 파트너와 협력하고 양육을 지속하게 하는 안정적 기제이다. 시간이 흐르며 강렬하지만 짧은 낭만적 사랑은 호르몬의 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애착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1.2. 가족 관계와 가족체계

가족은 구성원 개개인의 합 이상의 하나의 체계(system)로서, 상호작용과 관계가 중요하다. 가족은 환경 변화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균형(항상성)을 유지하려다 변화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때 신체적/심리적 증상을 보이는 가족원(identified patient)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불균형이나 역기능을 표현하는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

가족 내에는 부부, 부모-자녀 등 하위 체계가 존재하며 이들 간의 경계가 중요하다. 명확한 경계는 가족 간의 접촉과 지지를 유지하면서도 위계 질서를 세워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 반면 경직된 경계는 구성원 간의 접촉을 막아 소외되고 고립된 관계를 초래하며, 산만한 경계는 구분이 모호하여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를 형성해 독립성을 저해한다.

가족 내 불안 수준이 높아지면 두 사람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3자를 끌어들이는 삼각관계 역동이 발생한다. 이는 불안을 낮추기 위해 누군가를 방관자로 만들거나 편을 들게 하는 현상이다. 또한 가족의 자아분화 수준은 자녀 양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아분화 수준이 낮은 가족은 자녀의 독립적 사고와 감정을 허용하지 않아 자녀가 타인의 반응에 의존하게 만든다. 반대로 자아분화 수준이 높은 가족은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을 조절하도록 격려하며 가족의 신념을 일관되게 전달하여 자녀가 건강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성공적인 가족 관계를 위해서는 협상이 필수적이다.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부모는 일방적인 규칙 제시에서 벗어나 규칙을 재조정하는 협상을 해야 하며, 이는 자녀의 성인기 의사소통 능력의 기초가 된다. 부부 관계에서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협상이 필요하다. 갈등을 회피하거나 승패를 가르는 방식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차이를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 친밀감을 강화한다.

2. 적용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 만화 <안녕, 에리>에 심리학적 개념들을 적용하여 주인공 유타의 내면 심리와 관계의 역동을 깊이 있게 해석할 수 있다.

유타와 어머니의 관계는 가족체계 이론에서 말하는 산만한 경계와 낮은 자아분화의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유타의 어머니는 자신의 죽음을 기록하기 위해 아들을 도구로 삼으며 아들의 삶과 감정을 침범했고, 어린 유타는 이에 저항하지 못한 채 어머니의 욕망을 수행해야 했다. 병원이 폭발하는 몽타주를 넣은 유타의 첫 영화 결말은 숨 막히는 밀착 관계와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무의식적이고 격렬한 반항심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유타가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은 불안을 낮추기 위한 삼각관계의 역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유타는 죽음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의 불안 앞에서 카메라라는 제3의 대상을 개입시킨다. 렌즈 뒤에 숨음으로써 유타는 고통받는 당사자가 아닌 방관자의 위치를 점하게 되고, 이를 통해 어머니와 에리의 죽음이라는 압도적인 슬픔과 불안으로부터 심리적인 거리를 확보하며 자신을 방어한 것이다.

에리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유타의 행위는 사랑의 심리에서 나타나는 대상의 이상화와 왜곡 과정을 보여준다. 강박적 사랑이나 낭만적 사랑의 초기 단계에서는 상대의 결점을 보지 않으려 하고 비현실적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유타는 영화 편집을 통해 에리의 거칠고 이기적인 실제 성격이나 병색이 짙은 모습은 잘라내고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만을 남긴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사랑했다기보다 자신의 낭만적 환상을 투영하여 만들어낸 편집된 이미지를 사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말부의 폭발 장면은 유타가 과거의 가족체계로부터 벗어나 성공적인 자아분화를 이루려는 의식으로 해석된다. 성인이 된 유타가 과거의 영상이 보관된 폐허를 폭파하는 것은 죽은 자들의 기대나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있던 낮은 분화 수준의 자아를 버리고 타인의 시선이나 기록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겠다는 주체적인 선언과도 같다. 에리와의 관계에서 겪은 경험이 밑거름되어 유타는 비로소 과거의 상실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온전한 개인으로 독립하게 된 것이다.